만(萬)가지 약을 섞으면

 
 간혹, 몸이 아파서 시골로 요양을 온 사람을 본다. 그런데, 이 사람들 중에서 어디서 보고 들었는지, 산에서 몸에 좋다는 약초는 모두 캐어 와서, 그리고는 이 약초를 몽땅 한 솥에 넣고 끓여서 먹는 사람을 심심찮게 본다.
이후에, 이렇게 한 사람들이 며칠은 몸이 좋아졌다는 말을 하지만, 결국에는 몸이 악화되어 병원으로 달려 간다.
약초의 한가지, 한가지는 각기 그 고유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다른 약초들과 잘 어울리는 약초도 있고, 서로 상반되는 성질을 가지는 약초도 있다. 이러한 약초의 성질을 잘 고려하여 한첩의 약으로 만들어지는데, 이 한첩의 약은 구성하는 각기의 약초들의 성질에 따라서 일정한 성질을 띄게 된다. 이 일정한 성질이 병자의 증상과 일치하면 병이 낫는 것이다.
만일, 위에서 요양온 사람처럼 아무렇게 약을 섞어 버리면, 각각의 약초들의 성질이 충돌하여 독성(毒性)을 띌 수도 있고, 혹은 한첩의 약이 일정한 성질을 띄지 못하고, 병자의 몸 속에서 각각의 약초들의  성분이 개개의 성질에 따라서 각기 오장육부(五臟六腑)로 달려가서 장기(臟氣)의 균형을 무너뜨리면 병이 더욱 악화되는 것이다.
결국, 약은 섞으면 섞을수록 독(毒)이 되는 것이다. 오히려 약초와 인체에 대하여 조금의 지식이 있다면 한두가지 만을 선택하여 조금씩 먹는 것이 좋고, 이것 또한 오래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