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용산임대 만행

   이동자 ; 이  전,  인명사전,  쪽  방  

용산주민, 미8군 임대관행에 반발

주한 미8군이 서울 용산 일대에서 주택 임대차계약을 맺을 때 국내 집주인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강요해, 지역 주민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용산지역 주민들과 용산 부동산중개업협의회(회장 김복선)는 19일 미8군에게 부당한 영외주택 임대정책을 고칠 것을 요구하는 주민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들은 미8군이 합리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전면적인 임대거부 운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재 미8군은 소속 군인과 군무원들이 용산기지 인근에서 셋집을 얻을 때 `공정시장가격'이라는 임대료를 정해 집주인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공정시장가격'은 미8군이 임의로 매긴 주택 임대가격으로, 아파트의 월 임대료는 전용면적 기준 평당 8만~9만원, 일반주택은 평당 7만~8만원이다. 따라서 이태원동 대림아파트 31평형(전용 25평)의 `공정시장가격'은 월세 220만원.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현재 1억8천만원선이므로 이와 견주면 월셋값이 싼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월셋값에는 공과금 등 관리비 일체가 포함돼 있어, 이를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다. 이런 `공정시장가격'은 층과 인테리어 등 집상태와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적용된다는 점도 문제다.

이태원2동 마이다스부동산 이근식 사장은 “미8군의 이런 일방적 임대료 책정으로 집주인들이 손해를 입는 사례가 많고, 시장가격이 왜곡돼 중개업자들도 애를 먹고 있다”며 “그동안 미군쪽에 몇차례 시정을 요구했지만 번번히 묵살됐다”고 말했다.

또 냉·난방비나 가스사용료 등 관리비가 임대료에 포함됨에 따라 피해를 입는 주민도 속출하고 있다. 이태원2동 주민 김아무개씨는 “여름철이면 에어컨을 틀어놓은 채 출근해 한달 관리비가 100만원을 넘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며 “계약서에는 관리비가 30만원을 초과할 땐 세입자가 부담하기로 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8군의 이런 부당한 계약관행이 유지된 것은 이 지역에선 미군 임대수요가 많고 내국인은 월세 계약을 꺼리기 때문이다. 영외주택에 거주하는 미8군의 규모는 약 3천여가구로 용산구 이태원·한남·이촌동 등지의 임대시장에서 거대한 수요층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태원동의 한 주민은 “남의 집값을 멋대로 정하고 부당행위를 일삼는 미군의 행태가 몹시 불쾌하다”면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8군 주택과 관계자는 “공정시장가격은 미군의 영외주택 주거비용을 계급별로 적정수준으로 맞추기 위한 것”이라며 “내국인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운 순수 월세계약인 만큼 책정한 임대료가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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