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무기' 발견 안돼도 전쟁은 정당?

  이동자 ; 이  전,  인명사전,  쪽  방  

2003년 미국은 테러를 핑계로, 그와 관련이 없는 이라크를 침공하였다. 명분은 대량살상무기제거였다. 국제사회는 믿지 않았고, UN은 미국의 이라크침공을 반대하였다.
아래의 글은 미국의 관리가 스스로 미국의 거짓을 자랑스럽게 폭로하고 있고, 미국인들 스스로 미국인들의 제국주의적인 사고를 보여주고 있다.

'[현지보고] <팍스뉴스> 여론조사에 나타난 미국인들의 이중성               
                                                                                                               조명신 기자

                               
                                                  ▲ 팍스(FOX TV) 뉴스 인터넷판 기사 ⓒ2003 FOX   

속아왔다, 그러나 정당하다?
지난 6일, 미국의 팍스(FOX TV) 뉴스에서는 한 여론조사 결과(아래 상자기사 참조)를 공개했습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weapons of mass destruction)의 존재 논란에 대해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습니다.

이 조사에서 절반 가량의 미국인들은 대량살상무기가 이라크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에 대해 염려스러워하면서도, 상당수는 "비록 그 무기들이 발견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대 이라크전은 정당하다"고 응답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여론조사가 팍스 뉴스를 통해 보도된 시점은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다른 언론들이 "(이라크 공격)무렵 미 정보기관들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확증을 갖고 있지 못했다"고 일제히 보도하면서 정보를 왜곡한 '의도적인 거짓말'이 아니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한 때와 일치합니다.

굳이 팍스 텔레비전이 아니더라도 많은 언론사들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현안에 대해 다양한 여론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중심으로 민심의 동향을 살피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이번의 결과는 다분히 충격적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동안 부시 행정부, 특히 대 이라크전에 대해 보여준 미국인들의 지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라크 공격의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이었나를 떠올려본다면 선뜻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공격을 명령하기 직전인 지난 3월 17일 대국민 연설에서 국민을 설득한 전쟁의 명분이 바로 그 '대량살상무기'였기 때문입니다. 비단 부시 대통령뿐만이 아니라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역시 지난해 가을부터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이 무기들로 인해 이라크가 미국인들에게 즉각적인 위협이 된다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지난 5일, 미 민주당 '로버트 버드' 상원의원이 상원 본회의에서 이라크전쟁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는데 대해 행정부가 이라크 침략을 위해 거짓 명분을 내세운 것이 아니냐며 진실을 밝히라고 강도높게 비판하는 장면 역시 뉴스를 통해 보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의 결과처럼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크게 개의치 않고 있는 것이 대세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번 여론조사를 한 "오피니언 다이나믹스(Opinion Dynamics)"의 회장 존 골먼의 설명은 의미심장합니다.

"대량살상무기 발견실패에 대해 최소한 지금까지는 미국인들이 언론이나 외국인들에 비해 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여진다. (영국 총리인) 토니 블레어가 이번 일로 정치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비해 미국인들은 행정부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대량살상무기 존재여부에 관한) 사실에 대해 속아왔다고 말하더라도 말이다." ⓒ2003 ABC

미국을 건드리지 말라?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공격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대량살상무기 정보를 왜곡 또는 과장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강력히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이라크전쟁이 정당하다고 옹호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해 9월 26일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이라크 정권은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더 많은 생화학무기를 추가 생산하는데 필요한 시설도 짓고 있다"고 했던 주장은 불과 수개월만에 이라크에 주둔중인 미 고위 해병 장군에 의해 이렇게 부정되고 있습니다.

"쿠웨이트에서 바그다드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모든 탄약보급창을 수색했다. 하지만 아무 데서도 대량살상무기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9%의 미국인들은 이 전쟁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다수의 그들은 그 무기들이 어디론가 옮겨졌거나 파괴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애초부터 대량살상무기가 이라크 공격의 주원인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그 말은 한 미국정부나 들은 미국인들 역시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지난 4월 25일, 에이비씨(ABC) 뉴스에서는 부시 행정부 내 고위관리들의 말을 인용해서 "전쟁의 원인?"(Reason for War?)이라는 뉴스를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미 행정부가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의 위험성을 강조한 것은 유엔(UN)으로부터 전쟁에 대한 법적인 정당성을 얻고 미국인들에게 미국 내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한 관리들은 그들이 "거짓말을 했던 것이 아니라 단지 강조점의 문제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즉, 대량살상무기가 이라크 공격의 주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들은 "지난 9.11 테러가 중동에 대한 부시행정부의 생각을 포함해서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이 어떤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중동국가들이 계속해서 테러리스트에게 터전을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희망이 없는 삶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항상 누군가 증오할 대상을 찾는 젊은 아랍국민들에게 항상 그 대상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는 중동문제에 있어서 뭔가 새로운 출발을 필요로 했고 '희망을 제공하는 민주주의'를 보여주기 위한 장소로 이라크가 선택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부시 행정부는 테러리즘에 맞서 싸운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전례를 남기고 싶었고, 그들의 관점에서 볼 때 사담 후세인이 모든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는 완벽한 목표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더불어, 이라크가 미국이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하는 시리아(Syria)와 이란(Iran) 사이 중동의 주요부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조건을 갖추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란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듯 "테러리스트와 협력한다면 자신들 역시 같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그 관료들은 말하기를 "만약 사담 후세인이 권좌에서 물러나거나 대량살상무기를 인정함으로 전쟁을 피했다고 하더라도, 전세계가 같은 '메시지'를 받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을 건드리지 말라는!"

현대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외부적으로 이라크 공격의 첫번째 원인을 제공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는 미국의 정치적 편이를 위해 선택되었고 그 맥락을 공유한 미국인들은 이에 부응해서 전폭적인 호응을 보냈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습니다.

따라서 포장된 대의명분이 사라졌다 할지라도, 대 이라크전의 정당성에 대해 미국인 열 명 가운데 일곱 명이 아직도 지지를 보낼 수 있는 이유겠지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는 과연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것인지 여전히 '수수께끼'입니다. 물론 미군은 지금도 계속해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보물찾기에 여념이 없지만, 어쩌면 영원히 대답 없는 질문으로 묻혀 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하기에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그런 수수께끼의 추리만으로도 군사행동이 가능한 국제사회의 암울한 현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모습은 아테네 길목을 지키고 서서 지나가는 나그네를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눕히고는 그 침대의 크기에 맞게 자르거나 늘여 죽였다는 그리스 신화 속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별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공격 대상을 먼저 정해놓고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논리와 증거를 개발하고 재단하니 말입니다.

그것이 현저한 테러의 위협 앞에 선 '자기보호본능'인지 아니면 자신의 막대한 힘을 과신하는 '자기절제능력상실'인지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명확한 증거의 발견 없이도 전쟁은 정당하다고 믿는 69% 미국인들이 존재하는 한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의 다음항목은 "만약 이란(IRAN)이 알 카에다(Al Qaeda)와 같은 테러리스트 그룹들에 대해 원조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행동을 지지하는가?"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61%가 지지를, 29%가 반대를, 그리고 10%가 잘모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현대판 '프로크루스테스'는 또 다른 나그네를 찾고 있습니다.

팍스 뉴스의 여론조사 결과  

                    
                                                                                           ⓒFOX

총 12가지 문항의 이번 여론조사에서, 열번째 질문이 "비록 대량살상무기가 결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대 이라크 전쟁을 한 미국은 정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였다.

그 결과, 69%가 그렇다, 24%가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한 반면,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었다고 해도 정당하지 않다는 의견은 1%, 그리고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6%였다.

여론조사는 6월 3-4일 이틀동안 여론조사기관인 "오피니언 다이나믹스사"(Opinion Dynamics Corporation)의 전화면접을 통해 실시되었다. 등록된 유권자 900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는 ±3 퍼센트의 허용오차범위를 가지고 있다.   

2003/06/09 오전 2:43  ⓒ 2003 OhmyNews

  이동자 ; 이  전,  인명사전,  쪽  방